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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에 대하여/강의자료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 장면 1.

“아드님의 고귀한 희생은 온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쉴 것입니다….”

1982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밤새워 255통의 편지를 썼다. 포클랜드전쟁에서 숨진 영국군의 유족들에게 부칠 위로편지였다. 주위에선 총리의 바쁜 일정과 건강을 걱정하며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며 말렸다. 인쇄된 편지지에 서명을 해서 보내라는 건의도 있었다. 하지만 ‘철(鐵)의 여인’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는 모든 전사자의 이름을 자필로 꾹꾹 눌러 쓰면서 편지를 모두 작성했다. 그것이 하나뿐인 목숨을 나라에 바친 장병과 유족들을 위한 군 통수권자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처의 리더십은 영국 국민을 감동시켰고, 국내외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 장면 2.

2011년 8월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컴컴한 새벽하늘을 날아 델라웨어 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숨진 미군 전사자 귀환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2009년에도 만사를 제쳐놓고 이곳으로 달려와 아프간의 미군 전사자 유해를 직접 맞이했던 터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장관 합참의장과 함께 꼿꼿한 자세로 수송기에서 내려진 유해가 실린 컨테이너를 향해 최고의 예를 갖춰 거수경례를 했다. 이어 기지 내 대기실을 찾아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했다. 국가에 헌신한 영웅을 기리는 ‘하나 된 미국(One America)’은 전 세계에 깊은 감동을 줬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동아일보 기사 2014-01-15 0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