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발굴 기사를 보고..
며칠 전 아이가 특박을 나왔다 귀대했다.
검게 탄 얼굴에 마른체격 그리고 거칠어진 손,
1년을 복무했는데도 귀대시간이 달갑지 않은가 보다.
5월의 단비가 도심을 적신다. 이런 날은 군에 있는 아이도 집 생각이 많이 날게다.
이런저런 잡생각에 우연이 눈에 뛴 6·25 전사자 유해 발굴에 관한 기사다.
(중앙일보 사진) 5일 702특공대원 등이 강원도 춘천시 산북면 602고지에서 수습한 유해를 임시 봉안소로 옮기고 있다.
적의 모시나칸트탄이 몸을 관통하며
그 충격으로 철모가 날아간다. 철모는 능선 아래 경사지로 굴러 사라졌으리라.
참호에 나뒹굴어진 그는 마지막 숨결로 군복 상의를 더듬는다.
죽음의 사신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분주한 군홧발이 지나고 포연이 멎고, 능선에 인적이 끊긴다.
호에 비 내리고 낙엽 쌓이고 눈이 덮인다.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다 60년 만에 세상 빛을 본 손목시계.
4일 강원도 춘천시 추전리에서 한국전 전사자 유해와 함께 발굴됐다.
60년 전 시계 주인에게 닥친 비극을 증언하는 듯하다. [중앙일보, 김태성 기자]
스무 살 젊은 유해로 남은 팔순 노병.
나는 무슨 체취라도 남았을까, 유골에 뺨을 갖다 댄다.
습습한 흙내가 끼쳐온다. 시간은 60년 전에 멈추고 있는데,
육신은 냉연한 시간 속으로 돌아앉아버렸다.
전성태·소설가(2010. 5. 18 중앙일보 사회면)
가슴에 찐한 여운을 남기며 글귀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의 삶이 있게 한 이름 없는 순국장병을 위해 잠시 고개 숙여 기도드린다.
그리고 아들에게 마음속으로 소리쳐 본다.
이땅의 보통 젊은이들이 그리하였듯이
아들! 좀 더 강해 지거라! 그리고 좀 더 멋지게 변해서
험한 세상과 맞설 수 있는 강인한 청년으로 성장하여 집으로 돌아오너라!